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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호텔을 찾고, 가격을 비교하고, 결제하는 과정까지 AI가 대신하는 시대가 가까워지고 있다. 마카오 전자지갑 MPay가 앤트 인터내셔널의 AI 결제 프로토콜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AI 에이전트가 단순한 상품 추천을 넘어 실제 거래를 수행하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
▲ 사진:ai 생성 이미지
■AI가 결제창까지 이동한다
마카오 전자지갑 MPay는 앤트 인터내셔널의 ‘에이전틱 모바일 프로토콜(AMP)’을 도입한다고 9월 11일 발표했다. AMP는 AI 에이전트가 이용자의 승인을 받아 모바일 결제 기능을 호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토콜이다.
이용자가 AI 에이전트에 여행 일정과 조건을 말하면 AI가 호텔을 검색하고, 가격과 위치를 비교한 뒤, 이용자가 선택한 상품의 결제를 전자지갑에 요청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상하이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해야 하니 행사장 근처 호텔을 하루 예약해줘”라고 요청하면, AI가 숙박시설을 검색하고 조건에 맞는 상품을 추천한다. 이용자가 객실 유형을 확인하고 결제를 승인하면 MPay가 결제를 처리한다. 이용자는 호텔 사이트와 결제 앱을 반복해서 오갈 필요가 없다.
다만 AI가 결제를 완전히 독자적으로 실행하는 것은 아니다. MPay와 AMP의 설명에 따르면 사용자가 승인 범위와 결제 조건을 설정하고, 최종 결제 과정에서는 이용자의 인증이 요구된다.
■‘추천 AI’에서 ‘거래 AI’로
지금까지 소비자의 온라인 구매 과정은 대체로 다음과 같았다.
검색 → 비교 → 결정 → 결제
AI 에이전트가 개입하면 이 과정은 다음처럼 바뀐다.
목표 입력 → AI 검색·비교 → 상품 추천 → 사용자 승인 → AI 결제 요청
변화의 핵심은 AI가 더 많은 정보를 보여주는 데 있지 않다. 사용자의 요구 조건을 해석하고, 여러 서비스를 연결하고, 실제 거래를 진행한다는 데 있다.
메타가 최근 미국에서 공개한 개인 AI 에이전트 ‘뮤즈’도 이메일 발송, 여행 예약, 쇼핑, 일정 관리 등 여러 단계의 작업을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메타는 민감한 작업을 실행하기 전 사용자 승인을 요청하고, 이용자가 연결 앱과 권한을 직접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에이전트는 이제 답변을 제공하는 도구가 아니라, 사용자를 대신해 디지털 세계에서 움직이는 ‘행동 주체’에 가까워지고 있다.
■AI 쇼핑, 2030년 3억 명 전망
AI를 통한 쇼핑과 결제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관련 기업들은 시장 확대를 전망하고 있다.
마스터카드는 최근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전 세계 온라인 쇼핑객 3억 명 이상이 AI 에이전트를 통해 상품을 구매하고 결제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는 온라인 쇼핑객 10명 중 1명 이상에 해당하는 전망이다.
마스터카드는 AI 에이전트가 우선 식료품, 의약품, 생활용품, 정기구독처럼 반복적이고 위험도가 낮은 구매를 맡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고가 제품이나 금융상품은 사용자의 직접적인 판단과 승인이 계속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
청소년과 부모 세대의 태도 차이도 나타났다. 마스터카드가 13개 시장의 부모와 13~18세 청소년 2만6,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완전 자동화된 AI 쇼핑 도우미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한 청소년은 27%로 부모 세대의 16%보다 높았다. AI의 상품 추천을 친구보다 신뢰한다는 응답도 청소년층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다만 해당 조사는 마스터카드가 의뢰한 조사이며, 조사 대상 국가가 유럽 중심의 13개 시장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글로벌 전체 소비자의 행동을 확정적으로 보여주는 통계라기보다, AI 쇼핑에 대한 세대별 인식 변화를 보여주는 자료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
■결제 권한은 어떻게 관리할까?
AI가 결제에 참여하기 시작하면 가장 중요한 문제는 편의성이 아니라 권한 관리다. 이용자는 AI 에이전트에 다음과 같은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
-구매 가능한 상품군
-이용 가능한 판매처
-결제 전 반드시 승인을 받아야 하는 조건
-자동으로 반복 결제할 수 있는 범위
-AI가 접근할 수 있는 개인정보와 계정
MPay와 AMP는 에이전트의 신원 확인, 사용자 승인, 결제 보안을 하나의 체계로 관리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사용자는 거래별 권한 범위와 지출 한도를 정할 수 있고, 승인 내용을 수정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AI 에이전트가 사용자 대신 결제하더라도 모든 권한을 무제한으로 갖지 않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블록체인과 디지털 지갑의 역할
AI 에이전트가 쇼핑과 결제를 수행하면 디지털 지갑의 역할도 달라질 수 있다. 기존 지갑이 결제수단을 보관하는 공간이었다면, AI 시대의 지갑은 다음 기능까지 관리해야 한다.
-어떤 AI 에이전트가 거래를 요청했는지
-사용자가 어떤 권한을 부여했는지
-결제 한도는 얼마인지
-거래가 어떤 조건에서 승인됐는지
-문제가 생겼을 때 거래를 취소하거나 추적할 수 있는지
블록체인은 거래 기록과 AI 에이전트의 권한을 검증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AI 에이전트마다 별도의 디지털 신원을 부여하고, 사용자가 승인한 조건과 거래 내역을 변경하기 어려운 형태로 기록하는 방식이다.
다만 블록체인이나 가상자산이 AI 결제의 필수 수단이 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MPay 사례처럼 기존 전자지갑과 카드 결제망을 AI 에이전트와 연결하는 방식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중요한 변화는 결제수단 자체보다 AI가 결제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을 새롭게 설계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먼저 나타날 장면
한국에서는 다음과 같은 생활 영역에서 AI 결제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
여행 예약
AI가 항공권과 숙박시설을 검색하고, 이용자가 정한 예산과 조건에 맞춰 예약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반복 쇼핑
생수·반려동물 사료·생활용품처럼 정기적으로 구매하는 상품을 AI가 가격과 배송 조건에 따라 주문할 수 있다.
구독 관리
통신·OTT·소프트웨어 구독을 비교해 불필요한 서비스의 해지 또는 요금제 변경을 제안할 수 있다.
해외 결제
여행자가 현지 교통·식당·숙박 서비스를 AI에게 요청하고, 기존 전자지갑이나 간편결제로 결제하는 형태다.
국내에서 이 같은 서비스가 확산되려면 쇼핑·지도·예약·결제 플랫폼의 연동뿐 아니라 개인정보보호, 전자금융거래, 소비자 피해 구제 기준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AI 라이프의 다음 단계는 더 자연스러운 대화가 아니다. AI가 사용자의 요구를 이해하고, 상품을 찾고, 조건을 비교하고, 결제까지 연결하는 행동의 자동화다.
마카오 MPay의 AMP 연동은 AI 에이전트 결제가 실험실을 넘어 실제 전자지갑과 연결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AI에게 결제 권한을 부여하는 순간, 소비자는 편리함과 함께 새로운 책임을 떠안게 된다.
AI 에이전트 시대의 질문은 “AI가 무엇을 추천하는가”가 아니다.
AI가 내 대신 어디까지 거래하도록 허용할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더 똑똑한 AI만큼이나 명확한 승인 체계, 제한 가능한 지갑, 확인 가능한 거래 기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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