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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Keepnet Labs
"엄마, 나 지금 길 가다 교통사고 났는데 합의금이 급해. 휴대폰 액정이 깨져서 친구 폰으로 전화했어." 낮 시간대 울려 퍼진 전화기 너머로 내 아이 특유의 억양과 당황한 숨소리, 울먹이는 목소리가 고스란히 들려온다면 의심 없이 송금 버튼을 누르지 않을 부모가 몇이나 될까?
발신 번호는 낯선 번호일지라도 귀에 익은 자녀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순간 이성적인 판단력은 마비되기 십상이다. 그런데 이 통화가 실제 자녀가 아니라, 자녀가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10초짜리 릴스 동영상 속 목소리를 따서 실시간으로 합성해 낸 인공지능(AI) 사기범의 연기였다면 어떨까?
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 정부 당국은 생성형 AI 음성 합성 기술을 악용한 '초정밀 실시간 음성 복제 피싱(Real-Time Voice Cloning Scams)'에 대해 공식 대국민 경보를 발령했다. 과거 어색한 기계음으로 단방향 메시지만 읽어주던 조잡한 수준을 넘어, 이제는 통화 상대방의 반응에 맞춰 실시간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대화형 음성 AI가 보이스피싱 조직의 핵심 무기로 전락한 것이다.
FTC의 보고서에 따르면 범죄 조직이 타인의 목소리를 완벽하게 복제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단 '3초'에 불과했다.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쇼츠 등 공개된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일상 대화 영상 하나만 있으면 성별, 연령대, 특유의 말버릇과 숨을 들이쉬는 패턴까지 정밀하게 학습해 낸다. 심지어 피해자가 "너 진짜 누구 맞니?"라고 되물으면, AI가 즉시 "엄마 나 맞잖아, 지금 피 흘리고 있어서 그래"라며 감정 섞인 애드리브까지 즉석에서 생성해 낸다. 이로 인해 미국에서만 음성 사기로 인한 월간 피해액이 1억 달러(약 1,350억 원)를 넘어섰으며, 시중 은행들의 '목소리 본인 인증(Voice ID)' 체계까지 무력화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 충격적인 경보는 카카오톡 메신저 피싱과 가족 사칭 보이스피싱에 취약한 국내 가계와 고령층 부모님들에게도 직격탄과 같은 위협이다. 한국은 자녀나 지인의 소셜미디어 영상 업로드가 매우 활발할 뿐만 아니라, 모바일 간편송금 인프라가 고도화되어 있어 단 몇 분 만에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이 비대면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특히 목소리는 오랫동안 "얼굴을 보지 않고도 상대를 확신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생체 증거"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기계가 인간의 청각을 완벽하게 속일 수 있게 된 지금, "목소리를 직접 들었으니 맞겠지"라는 전통적인 확인 방식은 사기범의 덫에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가장 위험한 착각이 되었다.
결국 초지능형 AI가 목소리를 훔치는 시대에 가족의 자산을 지키는 유일한 열쇠는 '아날로그식 약속'이다. 자녀의 울음 섞인 목소리로 긴급 송금을 요청하는 전화가 걸려오더라도 절대 그 통화 안에서 돈을 보내지 말고, 전화를 끊은 뒤 자녀의 본래 전화번호나 학교, 직장으로 직접 다시 걸어 확인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 가족만의 비밀 단어(예: 첫 반려동물 이름, 어릴 적 살던 동네 별명)"를 평소에 정해두고, 돈을 요구하는 위급 통화 시 그 단어를 말해보라고 요구하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구두 암호 체계를 갖추는 것이 내 가족의 통장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파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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