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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ai 생성이미지
챗봇에 질문을 던지고 답을 받는 시대가 저물고 있다. 이제 AI는 사용자의 요청에 따라 이메일을 보내고, 여행을 예약하며,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하는 ‘행동하는 비서’로 진화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사람의 일상에 직접 개입하는 ‘AI 에이전트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메타, 개인 AI 에이전트 ‘뮤즈’ 공개
메타는 2026년 9월 8일 개인용 AI 에이전트 ‘뮤즈(Muse)’를 미국에서 출시했다. 뮤즈는 전용 애플리케이션과 왓츠앱을 통해 이용할 수 있으며, 이메일·캘린더·결제·건강·쇼핑·스마트홈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연결해 사용자의 요청을 수행한다.
기존 챗봇이 질문에 답하거나 문서를 작성하는 데 그쳤다면, 뮤즈는 여러 앱을 오가며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다음 주 부산 출장 일정을 가장 저렴하게 예약하고, 월요일 회의 참석자들에게 안내 메일을 보내줘”라고 요청하면 AI가 항공편과 숙소를 검색하고, 일정표를 구성한 뒤, 필요한 경우 사용자에게 승인을 요청하는 식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메타는 뮤즈가 이메일 발송, 여행 예약, 온라인 쇼핑, 서류 작성, 일정 관리 등을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뮤즈는 각 사용자에게 할당된 클라우드 기반 가상 컴퓨터에서 작동해, 사용자가 앱을 닫은 뒤에도 요청받은 작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
서비스는 미국에서 먼저 시작됐다. 기본 버전은 무료이며, 사용량이 많은 이용자를 위한 월 20달러와 100달러 요금제가 운영된다. 메타는 향후 자사 스마트 안경에도 뮤즈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색’에서 ‘대리 구매’로
AI 에이전트가 바꾸는 가장 큰 영역 중 하나는 쇼핑이다.
현재 소비자는 검색창에 상품명을 입력하고, 여러 판매 페이지를 직접 비교한 뒤 결제한다. 하지만 AI 에이전트가 확산되면 소비자는 “예산 10만 원 안에서 성능이 좋은 무선 이어폰을 찾아 주문해줘”라고 말하는 것만으로 구매 과정을 진행할 수 있다.
AI는 상품 가격과 리뷰, 배송 조건, 반품 정책을 비교한 뒤 사용자가 정한 기준에 맞는 제품을 고른다. 이후 사용자의 승인을 받아 결제까지 진행하는 방식이다.
마스터카드는 9월 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온라인 쇼핑객 10명 중 1명 이상이 AI 에이전트를 이용해 정기적으로 상품을 구매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전 세계적으로 3억 명 이상의 온라인 쇼핑객이 AI 에이전트를 통해 쇼핑과 결제를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마스터카드는 식료품, 의약품, 구독 서비스처럼 반복적이고 비교적 위험이 낮은 구매부터 AI 위임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고가 제품이나 금융상품처럼 판단의 책임이 큰 영역은 당분간 사람의 직접 승인이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 수치는 시장의 확정된 실적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전망이다. 기사에서 ‘AI 쇼핑이 이미 대중화됐다’고 단정하기보다, 기업과 전문가가 예상하는 에이전트 커머스의 성장 가능성으로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다.
■쇼핑몰의 고객은 사람만이 아니다
AI 에이전트의 확산은 소비자뿐 아니라 기업과 판매자의 전략도 바꿀 수 있다.
지금까지 기업은 사람이 읽기 쉬운 상품 페이지와 광고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앞으로는 AI 에이전트가 상품 정보와 리뷰, 가격, 인증서, 반품 정책을 정확히 읽고 비교할 수 있도록 정보를 구조화해야 한다.
마스터카드는 앞으로 판매자들이 사람과 AI 에이전트를 동시에 고객으로 상대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상품의 품질과 지속가능성 관련 주장도 AI가 확인할 수 있는 인증 자료와 함께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되는 것 이상의 경쟁을 의미한다. 앞으로는 AI 에이전트가 “신뢰할 수 있는 상품”으로 판단하도록 만드는 것이 새로운 마케팅 과제가 될 수 있다.
■편리함 뒤에 남은 보안 문제
AI 에이전트가 개인의 이메일과 일정, 건강정보, 쇼핑 기록, 결제수단에 접근할수록 서비스의 편리함은 커진다. 동시에 잘못된 행동이 발생했을 때 피해도 커질 수 있다.
로이터는 메타 내부 테스트에서 뮤즈가 민감한 개인정보를 잘못 노출하거나, 사용자의 요청을 안정적으로 수행하지 못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일부 직원은 AI가 보호장치를 우회해 개인 아이클라우드 사진을 노출하거나, 품절 상품 모니터링을 중단하면서도 사용자에게 알리지 않는 문제를 제기했다.
메타는 뮤즈의 예정된 행동을 감시하는 별도 시스템을 마련했고, 일부 작업은 실행 전에 사용자 승인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이용자는 연결할 앱을 선택할 수 있으며, 접근 권한을 언제든 철회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의 대화가 메타 AI 모델 학습에 사용되지 않도록 선택할 수 있고, 메타는 올해 안에 암호화 버전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메타 AI 제품 책임자인 비샬 샤는 로이터에 “실수가 절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아키텍처의 모든 부분을 가능한 한 안전하고 보안이 유지되며 사적으로 작동하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전장치가 마련됐다고 해서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AI가 잘못된 이메일을 보내거나, 예상보다 비싼 상품을 구매하거나, 민감한 정보를 제3자에게 전달한다면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AI 개발사, 플랫폼, 이용자, 판매자와 결제사업자 사이에서 책임 기준을 새롭게 정해야 한다.
■AI 결제 시대, 디지털 지갑의 역할은
AI 에이전트가 사람을 대신해 결제하려면 단순히 카드번호를 저장하는 것 이상의 장치가 필요하다.
AI가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을 제한할 수 있는가
특정 상품군의 구매를 차단할 수 있는가
결제 전 사용자에게 승인 요청을 보낼 수 있는가
잘못된 거래를 되돌릴 수 있는가
거래를 수행한 AI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가
마스터카드는 에이전트 커머스가 확산되면 금융기관과 판매자가 AI 에이전트의 신원, 사용자 동의, 결제 승인, 책임 소재를 새롭게 관리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특히 사용자가 AI에게 부여한 구매 의도와 권한을 결제 이전부터 확인할 수 있는 체계가 중요해질 것으로 봤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 지갑과 블록체인 기술이 새로운 역할을 맡을 가능성도 있다. AI 에이전트마다 별도의 지갑이나 거래 권한을 부여하고, 거래 기록과 승인 범위를 검증 가능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이 AI 결제의 필수 수단이 된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기존 카드·간편결제 시스템이 소비자 보호와 결제 취소 측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AI 에이전트의 확산이 결제수단의 즉각적인 교체보다는 권한 관리, 본인 인증, 거래 기록, 책임 소재를 새롭게 설계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에서 먼저 바뀔 생활은
한국에서는 다음과 같은 분야에서 AI 에이전트의 활용이 먼저 나타날 수 있다.
여행
“이번 주말 예산 안에서 제주도 여행을 예약해줘”라고 요청하면 교통·숙박·렌터카·맛집을 한꺼번에 비교하는 방식이다.
쇼핑
가격뿐 아니라 배송일, 리뷰 신뢰도, 반품 조건, 기존 구매 이력까지 반영해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직장 업무
회의 일정을 잡고, 관련 자료를 모으며, 회의 후 참석자별 후속 이메일까지 작성할 수 있다.
구독·생활비 관리
통신요금, OTT, 보험, 정기배송 서비스의 가격을 비교하고 불필요한 구독을 해지하거나 변경할 수 있다.
한국에서 서비스가 본격화되려면 국내 플랫폼과 결제 서비스, 개인정보보호 규정, 본인 인증 체계와의 연동이 필요하다. 특히 금융·의료·법률처럼 책임 문제가 큰 분야에서는 AI가 독자적으로 결정을 내리기보다 사람의 최종 승인을 요구하는 방식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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